프로포즈데이
요즘 특히 로맨틱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좋다.
보고나서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든가 기분이 찝찝해지는
영화는 점점 안보게 된다.
아마도 일상에서 쌓인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영화를 통해 휴식과 즐거움을 얻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포즈데이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보다는
아일랜드의 목가적인 시골풍경과 자연과 더불어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대했다.
생각대로, 티각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두사람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듯한 전형적인 내용이다.
식상하는 러브스토리와 인물에 힘을 팍팍 주는것은
아마도 아일랜드의 꾸밈없는 자연풍경 덕이 아닌가 싶다.
깎아지른듯한 절벽과 푸른 바다, 텃밭에 채소와 닭을
키우는 소박한 시골집에서의 하룻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길을 가로막는 소떼...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박비와 우박 심지어 태풍까지.
해질 무렵, 바닷가 근처에서의 결혼식장면도 매우
인상적이다. 동네사람들 뿐아니라 낯선 여행자까지
결혼을 축하해주는 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모습들...
'결혼 후에는 홈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돌아서지 말기 바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져가려면 슬픔을, 거짓말하려면 위로의 거짓말을,
등돌리려면 죽음과 등돌리라'는 신부의 한마디도
두고두고 생각난다.
메가박스 8관에 남편과 나 두사람뿐이었다.
마치 드라마처럼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기분이랄까..
아마도 연인이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키스를
나누지 않았을까.
우리는 키스대신 박수를 쳤다...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