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
마루밑 아리에티
s-_-s
2010. 9. 24. 20:09
아마도 빨래집게처럼 생긴 큼직한 머리핀은 문구용품
-작은 클립일것이다.
최초의 득템인 가봉용 바늘침은 훌륭한 수호무기이고
각설탕 한개면 온식구가 두고 먹을 행복한 양식이 된다.
아이비잎사귀에 온몸을 숨긴채 빗속을 달릴수 있고
춈촘히 박힌 못들은 소인들의 징검다리가 된다.
일본 지브리 미술관에서 느꼈던 기발하고 흥미로운
발상들이 영화속에 가득하다.
작은 풀잎과 꽃잎하나에도 섬세함이 돋보이고
고양이의 표정과 미세한 털끝의 움직임, 쥐며느리의
갑옷같은 몸과 귀뚜라미의 더듬이에서 실제 이상의
생명체가 느껴진다.
누군가, 미야자키의 작품은 늘 똑같아 지루하다고 했다지만
늘 똑같기 때문에 오히려 귀함이 더한것 같다.
그의 작품속에는 늘 작은것에 대한 소중함과 가족에 대한
사랑,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담고 있다.
밝고 유쾌한 주인공으로 부터 긍정적 힘을 얻기도하고
하나같이 못생긴 악당의 허술함을 보면 웃음보가 터지기도
한다.
p.s
오늘, 문상다녀오는 길에 마음이 몹시 산란하였다.
뭔가 나를 위로할만한 것이 필요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된것 같다.
문득,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나눌수 있는 슬픔은, 더이상 슬픔이 아닌것이다..
세상에 그 누구도, 어떤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그런 아픔이 있는것 같다.
소소한 불편함, 신변상의 불이익 혹은 부당함으로 인해
화나고 힘들어하던 나와 내 주변의 일상들이
오늘, 그 깊은 슬픔 앞에 문득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