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같은 시대, 그것도 험난한 세대를 살아온 공감대 덕분일까.
대부분의 영화가 재미있지만 이 영화는 유난히 재미있다.
사실 주인공들이 건달, 깡패거나 이들과 결탁한 비리공무원의 이야기인데다
음담패설같은 욕설까지 난무하니 결코 웃긴내용은 아닌데 자꾸 헛웃음이난다.
어찌보면 우리네 아버지나 옆집아저씨의 이야기 같기도한 남정네의 허세,
'건달도 민간인도 아닌 일명 반달, 타고난 친화력과 생존 본능'으로 조폭과 결탁하고
친분을 적절히 이용하여 권력의 언저리에서 야망을 펼치려는 인물 최익현.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때로는 눈물겨운 아부행각과 비굴해지기를 서슴치않는 인물이지만
어찌보면 한집안의 평범한 가장이고 자식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보통의 아버지일 뿐이라
미움보다는 연민이 가는 캐릭터다.
정의나 진실보다 권력이 통하던 인간관계와 사회구조...그러한 권력과 힘의 논리는 영화의 배경처럼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역시 통한다는 것이 더욱더 공감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최민식의 연기도 참 좋았지만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아우라 앞에서 결코 눌리지않는
하정우의 포스는 더욱 빛이 난다.
평소에도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작품에서 하정우라는 배우의 진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하고 절제된, 그러면서도 복잡하고 섬세한, 잔인하면서도 무심한듯한 건달 최형배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던 것은 온전히 하정우의 탁월한 연기덕분이란 생각이다.
최근 떠오르는 김판호역의 조진웅과 꼴통 박창우, 그리고 악질검사역의 곽도원등 조연들의 열연도 좋았다.
픽션이라기에는 너무나 리얼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과 인물들, 바람이려오, 풍문으로 들었소,
그대로 그렇게 등 한때 익숙하게 듣던 배경음악과 함께 재미를 더한다.
p.s
신촌 메가박스에서 무대인사온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하정우는 어찌나 평범한지, 코앞을 지나는데도 못알아볼 뻔햇다.
가히 연기의 달인이라 할만한 하정우, 지나치게 잘생기지 않은 외모가
오히려 배우로써 득이 되기도 하는것 같다.
최민식씨는 얼굴은 그대로인데 생각보다 훨씬 키가 작았다.
영화속에서는 방만한 공무원 캐릭터에 맞춰서 일부러 몸을 불린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줄 알았는데 64년생인것도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