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_-s 2012. 4. 22. 20:20

 


옛사랑을 만나는 영화가 대세인가?

 

한국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대학시절 첫사랑을 만나더니 오늘 본 프랑스영화

'리그렛(후회)'에서도 첫사랑 연인들이 15년만에 다시 만났다.

 

'건축학 개론'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서로에게 순수한 짝사랑에 끝나버렸던 두사람이,

다시 만나서도 더이상 깊은 육체적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반면,

 

서로의 몸까지 첫사랑의 일부였던 '리그렛'에서는 젊은 시절 못다했던 열정을 다해

집, 호텔, 기차역, 카페, 자동차안...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리만큼 서로의 육체를 탐한다.

 

젊은 시절, 사소함으로 헤어졌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심하게 말하면
'발정난 수컷'처럼 옛사랑에게 구애하는 남자와 사랑의 상처가 두려워 피하려는 여자,
두사람의 애정행각은 불륜이라기보다 절실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더하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려 오랫만에 고향에 온 매튜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옛 연인
마야를 만난다.  마야으로 부터 연락을 받고  교외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는 매튜,

남편이 늦어지자 두사람은 집안에서 격정적인 정사를 나눈다.

 

파리로 돌아온 매튜, 머릿속은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마야가 파리에 왔다는 연락을 받은 그는 일도 약속도 무시한채 그녀에게 달려가고,
고향집을 처분하러 간다는 핑계로 교외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첫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딸을 키우다 현재의 남편을 만났지만 사랑없는 결혼생활은
그녀에게 메튜에 대한 갈망을 더하게 한다.

 

헤어질수 없는 두사람은 바르셀로나에 가서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떠나지만 

도중에 마야의 마음이 바뀌어 되돌아오고 그로부터 몇달 후 마야는 모든 연락을 끊고

남편과 함께 칠레로 떠난다.

 

3년 후, 아내와 이혼하고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메튜, 남편과 헤어져서
파리로 돌아온 마야로 부터 연락이 오고 두사람은 다시 만난다.

 

제목 '리그렛'은  메튜와 다시만났지만 후회할것임을 알면서도 헤어지기로 한

마야의 마음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다.

 

예술전용 극장에서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라는 포장을 벗기면 사실 그렇고 그런,
불륜남녀를 다룬 3류 통속물에 불과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메튜가 현재 재혼한 부인을 사랑하고 예쁜 딸까지 두었지만, 마야가 남편과 헤어져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다시 만난 두사람은 아마도 또다시 호텔을 전전할지 모른다. 

 

두사람이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좀더 큰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가족이든, 두려움이든 양손에 버리기 아까운 것을 쥔채 사랑을 원한다면

더이상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고 불륜이기 때문이다.

 

 

p.s

나도 10년전쯤, 20여년만에 첫사랑을 만난 적이 있다.

 

서로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죽기전 꼭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정말 우연히
일을 빙자하여 영화처럼 재회하게 되었다.

 

그사람의 모습은 20대의 그대로였지만 마치 싱싱하던 수목에서 물기가 빠져나간듯
20여년의 세월이 느껴졌다. 그사람에게 나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내게 다정했던 그사람은 중후한 교수님이 되었고  창백한 얼굴로 말수도 줄고

별 기쁨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점심시간이라 근처 식당에서 하필 비빔냉면을 먹었고
참으로 소중했던 예전의 추억들을 얘기하며 만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들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 이유를 알수 없지만 내마음이 몹시 슬펐던 것 같다.
다시는 만날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죽어도 한이없다는 생각, 무심하게 흘러간
세월이 텅빈 가슴을 휭하게 스치고 지났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혹시라도 만나면 그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3류 통속소설처럼 될까봐...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그사람을 생각하면 늘 고맙다.
아마도 그사람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줄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영화속 연인들처럼, 그렇게 오랫만에 만나는 일도 흔치 않지만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일은 더욱 더 흔치 않은 것 같다.

 

꿈꾸지만...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피하게 되는, 혹은 두려움으로 뒷걸음치다
도망치게 되는...그래서 사람들은 '꿈꿀때가 좋을때'라고 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