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고양이처럼
붕대에 싸여진 고양이 앞발사진, 스틸컷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양이가 등장하고 애절한 음성으로 나레이션을 하지만 고양이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한 야행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커플에게
한달동안 벌어지는 삶의 변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4년간 동거해온 소피와 제이슨, 입양할 고양이가 6개월의 시한부라고
알았는데 5년을 더 살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당혹감에 빠진다.
고양이로 인해 삶의 자유가 없어질것이라고 생각한 두사람은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각자 원하는 것들을 후회없이 해보기로 한다.
집안의 인터넷을 끊고, 전화상담일을 때려치운 제이슨이 찾아낸 것은
환경보호 지킴이, 그는 이웃을 찾아다니며 환경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묘목을 팔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제이슨과 달리 좀더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던 소피는 낯선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그를 만나면서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빠져든다.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고양이 처럼 제이슨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채
새로운 남자와의 생활을 즐기는 소피, 뒤늦게 다시 제이슨을 찾아가지만
마음의 상처로 인해 냉정해진 제이슨은 단 하룻밤만을 허락하는데...
어느덧 훌쩍 한달이 지나, 주인을 기다리던 야생고양이 꾹꾹이는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다.
새 날이 오면 과연 소피와 제이슨은 이전처럼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인터넷을 하고 전화상담을 하고, 서로에게 분신처럼
편안한 사이가 될수 있을지...
고양이의 귀여운 발, 불쌍하고 애절한 음성의 나레이션,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장면들,,,미란다 줄라이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보고 나서도 뭔가 있긴한데...뭔지 모르겠는 애매함.
예술영화의 알쏭당쏭하고 심오한 깊이와 대중영화의 재미 중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영화의 재미, 감동, 즐거움, 짜릿함, 슬픔, 웃음, 놀라움, 기발함...그것이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거기까지가 내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