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지만 베니스의 황금사자상이 궁금했다.
게다가 일부 평론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큰 공을 세운 그의 영화를 두고 전작들에 비해
다소 대중적이 되었다는 둥 여전히 불편하다는 둥 말들이 많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 쇳소리가 나고
날것을 씹어먹는 기분이 들어서 보는 내내 불편했고 보고나서도 불쾌했다.
감독 개인의 신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생각은 없지만 역시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테두리를 벗어나서 창작하기는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라는 제목과 달리 승화되지 못한 복수와 분노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은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기도하지만 그다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사회 밑바닥 인생들의 힘든 삶, 그들을 착취하는 또다른 밑바닥의 삶, 대를 이어 칼을
꽂을 만한 복수심... 인간의 본성이 그토록 잔인하고 집요한 것이어야만 하는지...
감정이입이 되어야 공감하고 공감해야 깊은 감동도 느껴지게 마련인데 일단 공감부터
되지 않으니 그 모든 처절한 장면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찝찝한 기분으로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시민의 입장에서 본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본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다.
그것도 내용보다는 주산지의 아름다운 풍경 덕분이었다.
중졸인가의 학력으로 독학하여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상태로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며 저예산으로 18편의 영화를 만들어낸 김기덕 감독.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통인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