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뷰작, 올드보이처럼 근친상간 같은 코드가 나오길래 시나리오도
직접 쓴줄 알았는데 각본은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웬트워즈 밀러란다.
좋네 싫네 말도 많지만 짜임새, 영상미, 그리고 스릴러로서의 긴장감 등 실망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서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의
특이한 취향이랄까,
이를 테면 근친에 대한 적대감과 욕망, 카인과 아벨의 원죄를 닮은 형제간의 살인,
엘렉트라 컴플렉스와 같은 인간 밑바닥의 심리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느낌이 유사해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아닐까 싶다.
'장진스러운 영화'라는 표현처럼 어쩌면 그 유사함때문에 오히려 박찬욱만의 스타일이
지켜질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튼 나는 공포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묘한 분위기의 이영화에 몰입하면서 봤다.
인디아의 18번째 생일날, 차사고로 아버지가 죽고 듣보잡 삼촌이 나타난다.
유럽을 여행하느라 바빴다는 삼촌, 가정부, 고모 등 그의 과거와 진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젊었을적 남편과 꼭닮은 삼촌에게 빠져드는 엄마,
그리고 그 삼촌과 엄마를 지켜보는 인디아.
형이 사랑하는 막내동생을 죽였던 삼촌은 유럽이 아니라 오랫동안 정신병원에서
생활했던 것이고, 이번에는 그 형이 사랑하는 딸 인디아를 찾아 온 것이다.
보면서도 보고나서도 뭔가 찝찝하고 기분나쁘지만 영화자체는 스릴러로서 괜찮다.
드넓은 정원, 커다란 바윗덩어리 밑에 파묻은 시체들, 땅속에서 울리는 벨소리,
냉동고에 버려진 시체, 여주인공의 싸이코틱한 표정, 아버지에서 삼촌, 삼촌에서
딸이 차고 다니는 커다란 허리벨트...엔딩곡과 영상이 잘 어울린다.
스토커의 엔딩곡. "Emily Wells -Becomes The 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