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

휘가로의 결혼

s-_-s 2004. 10. 16. 21:21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공짜티켓이 생겼다.

 

오리지날 이태리 가수들의 올캐스팅인데다가

3시간 15분 전곡을 연주하는 보기드문 기회라

온식구가 때빼고 광내고 우아하게 나섰다.

 

오랫만에 공원에서 사진이라도 찍을까해서

일치감치 출발했는데... 오마이갓!

 

출발부터 난항이었다.

 

강변북로, 88도로가  거의 주차장처럼 막혀있어

2시간만에 공연장에 겨우 도착할수 있었는데..

 

그래도, 먹는게 남는거란 신념때문에 밥을 챙겨먹고

시작시간에 겨우 맞춰 입장해보니...또 오마이갓.

 

드넓은 올림픽공원 잔디밭의 야외마당엔 다닥다닥

붙여놓은 테라스의자에 달랑 방석하나 깔았을 뿐, 

 

거금 20만원짜리 좌석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어둠이 짙어지면서

초가을 밤의 정취를 느끼기엔 살을 파고드는

이상기온의 싸늘함이 너무 추웠다.

 

게다가 평소 마누라 말을 잘듣지 않는 남편이

겉옷을 준비하지 않은탓에, 옷하나 나눠주고나니

오페라고 뭐고 따뜻한 아랫목만 생각났다.

 

결국 4막을 채우지 못한채 눈치를 보며 철수,

자동차에 '잇바이'  히터를 틀어놓고 집으로 달려왔다.

 

예의없는 퇴장이긴 했지만

공연자체는 참 좋았다.

 

이태리 가수들의 놀라운 성량은 뜻밖의

정전사고로 마이크가 안되었을 때 더욱

빛이날 만큼 감미롭고 훌륭했다.

 

아마도 실내였더라면 더할수 없이

좋은 공연이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선진국에서 흔히 행해지는 야외공연들.

비록 소규모지만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이들이

모여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익에 눈이 어두운 기획사의  무리한 대규모공연과

관람객의 편의에 인색한 투자는 관람객은 물론,  

많은것을 준비하고 멀리서 찾아온  공연자들에게 

불쾌한 기억을 남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무엇이든 최대, 최신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

오늘 문득 '작은것의 아름다움' 혹은

'엔틱'의 소중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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