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로맨스를 떠올리게 하는 남자주인공 조지크루니, 그리고 허니문의 메카 하와이.
이 두가지를 보면 뭔가 로맨틱한 내용일것이라는 기대를 먼저하게 된다.
그러나 제목이 '디센던트(descendaents)', '자손' 이라니...
아름다운 하와이 해변의 야자수 그늘아래서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다소 지루하거나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첫장면에서 주인공의 독백처럼 영화속의 하와이는 로맨틱한 관광지가 아닌
가족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고, 생계를 꾸려가는 일터이며, 자손대대로
이어가야 할 땅일 뿐이다.
왕족과 결혼한 조상덕에 너른 땅을 물려받아 대대로 유복한 삶을 살아온 맷킹.
변호사로, 일가 대표로, 외부에서 바쁘게 살다보니 정작 자신의 가족과는
소원하게 지낸다.
보트사고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자 아내 대신 성장기의 두 딸을 돌보게 되면서
미숙한 아빠로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게 되고, 더우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중이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평소 아내의 유언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맷은 가족과 친지는 물론
아내가 사랑했던 남자를 찾아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눌것을 알린다.
친지들의 투표를 통해 일가의 땅을 처분하기로 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그 중개인이 아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 맷,
조상들의 땅을 처분하려는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는데...
화끈한 로맨스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지만 평범한 생활속에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진솔한 일상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먼산에 걸려있는 구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빗줄기에 출렁이는 바닷가,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잎, 끝도 없이 펼쳐진 맑은 해변가...
지난 여름, 꿈길처럼 다녀온 하와이의 풍경들, 지난 1월 샹제리제거리의 영화포스터를
문득 추억처럼 떠오르게 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