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226 일요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ᆞᆞ 고은 '그 꽃'
앞만 보고 달려가던 한 남자가 그길의 끝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하는 이야기.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느냐고.
그렇게 달려간 그곳에 원하는 것이 있느냐고.
-이 지 영, megazine M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나니 더 슬프고 쓸쓸하다
사전 정보라고는 '그가 사라졌다'는 카피 한줄.
기러기 아빠라는 설정에 부도난 증권사 지점장,
아내와 아들을 호주로 보낸 2년간, 잘 나가고 바쁜
동안은 잘 지내겠지 무심하던 남편은 가장 힘든시기에
혼자 지내야하는 상황이 되자 아내의 입국 지연 소식을
듣고 화부터 낸다
한때는 좋은 괸계였을 고객들로 부터 뺨까지 맞고
집에 돌아와 정신과 약을 한줌 털어넣고 독한 술을
들이킨다. 다 잊고 잠이라도 청하려는가 싶었다
아침 일찍 이던가, 옷갈아 입을 여유도 없이 짐도
안챙기고 오직 손등에 호주 주소 두줄만으로
비행기를 탄다
반겨 맞을 줄 알았던 아내가 옆집 남자와 행복한
시간을 지내는 모습을 본 남편은 나타나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지켜본다
옆집 남자와 그의 병든 아내, 그와 잘 어울리는
아내의 활기찬 모습과 그없이도 잘 커준 아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워킹홀리데이 인턴 여학생이
힘들여 번 돈을 사기 당한 후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 또한 딱히 도와줄 방법은 없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가족 이민을 준비해온 아내,
옆집 남자에게 의지하면서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경비에게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도록 도움을
청하는데....
인턴 소녀의 진실부터 밝혀지는 반전의 현실.
식스센스 이후의 잔잔한 충격이다
밝음과 일상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남편의 표정과
단한벌의 옷과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답답함과
심지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나오는 강아지 치치끼지.
이미 많은 스포일러들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결말을 궁금해 하는 즈음 인턴소녀가
사기당한 집에서의 싸이렌 소리와 뒷뜰에서 파헤쳐진
피해자의 분홍옷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의 모든 결말이
반전으로 드러난다
의자에 앉은채 입은옷 그대로 호주로 향한 남편의
영혼은 너무 쓿쓸하고 슬픈 모습이다
90% 이상을 호주 현지에서 촬영해서인지 영상이
깔끔하고 세련되 보인다
이병헌의 속깊은 연기는 눈빛을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역시 연기의 달인이랄만 하다
영화라기보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느낌,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