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attractive

동백, 4.3

s-_-s 2018. 4. 4. 08:02

 

 

 

 

 

 

 

 

 

 

 

 

 

 

제주의 아름다운 동백,

 

꽃말이 '너만을 사랑한다'는 붉은 동백이,

질 때조차 고개를 툭 떨구며 온몸을 던지는 장렬한

절개가,

 

아픈 역사의 상징물 처럼 고정관념이 되는것을

염려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노란리본 노래도 세월호의

상징이 되어 특정 이념으로 굳어진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핏빛 역사와 동백은 너무나 닮아있다

 

☆ ☆ ☆

 

동백꽃시ᆞ펌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서정주 ‘선운사 동구(洞口)’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사랑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김용택 ‘선운사 동백’

 

 

복사꽃 오얏꽃이 곱고 무성하다지만

 

桃李雖夭夭

 

그 부박한 꽃 어찌 믿으리

 

浮花難可恃

 

소나무 측백나무는 고운 맵시 없지만

 

松柏無嬌顔

 

추위를 견디기에 귀히 여긴다

 

所貴耐寒耳

 

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 있어

 

此木有好花

 

능히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네

 

亦能開雪裏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잣나무보다 낫네

 

細思勝於栢

 

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도다

 

冬栢名非是

 

-이규보 ‘동백화’

 

☆ ☆ ☆

 

참말 징하기도 하지

 

나는 왜 이리

아픈 상처가 많은 나라에 태어나

꽃도 피라고 읽고 있는지

 

모가지째 뚝뚝져

땅바닥에 핀 동백을

 

피바람에 베인

모가지로 보고 있는지

 

누가 동백나무에

그 날

 

져버린 아이와 여자와

남자와 노인의 목이

 

떨어지는 소리를

걸어놨는지

 

살아 꽃이었던 그 어떤 당신들이

어느 날 통째로 인생이

 

떨어져 시들더니

 

해마다 내 가슴에서

참말로 징한 꽃으로 피어

 

왜 그리 시뻘건지

 

속살 벌어진 상처 모냥

이리 아픈게

 

동백 맞는지

 

-한춘화 동백

https://story.kakao.com/_gFZs04/iG20fMN78IA

 

☆ ☆ ☆

오마이뉴스ㆍ4.3 시

http://v.media.daum.net/v/20180403111507629?f=m

 

<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섬, 4월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의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다만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섬, 4월 바람은 당신의 뼈 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뼈 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로부터 시작되는

당신이 바람의 집이었던 것

 

<생은 아물지 않는다> / 이산하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이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 김수열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천둥 번개에 놀라 이리 휘어지고

눈보라 비바람에 쓸려 저리 휘어진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나이테마다 그날의 상처를 촘촘히 새긴

나무 한 그루 여기 심고 싶다

 

머리부터 어깨까지 불벼락을 뒤집어쓰고도

모질게 살아 여린 생명 키워내는 선흘리 불칸낭

한때 소와 말과 사람이 살았던,

 

지금은 대숲 사이로 스산한 바람만 지나는

동광리 무등이왓 초입에 서서

 

등에 지고 가슴에 안고 어깨에 올려

푸르른 것들을 어르고 달래는 팽나무 같은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허리에 박혀 살점이 되어버린 총탄마저 보듬어 안고

대창에 찔려 옹이가 되어버린 상처마저 혀로 핥고

 

바람이 가라앉으면 바람을 부추기고

바람이 거칠면 바람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 틔워 뭇새들 부르고

여름이면 늙수그레한 어른들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푸르고 푸른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내일의 바람을 열려 맞는 항쟁의 마을 어귀에

아득한 별의 마음을 노래하는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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