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에 꽃이 피었습니까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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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습니까?
한춘화
꽃이 피었습니까?
번잡스럽던
엔젤 커피숍 실내가 어둑하다
족발 쪽쪽 집 유리창은 텅 빈 눈동자로
구석에 먼지 쌓인 술병의 한숨을 듣는지 마는지,
간판을 떼고
임대라고 써 붙인 점포도 하나 건너
볕 들어 환한 자리에 꽃 대신
빠르게 뻗는 소문에 가지에서
의심이 샛눈을 뜨고 자라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는
어두워진 생각들이 스치기만 해도
함부로 번식하는 벌레를 깠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끄떡없던
명찰 집 영태 아저씨의 미싱 소리 숨 죽이고
오리집 숙자네도 냉동실에 잠든 석 달 전 오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목숨에 들어 피는
손님 올까 봐
봄을 잠그고 있다
귀에 산란하는 공포 가득한
봄으로 기록되는 뉴스
천지에 번지고 있는 시절
허공을 짚고 사는 사람인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을 멀리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제풀에 퇴색하는 나를
봄이 눈물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한춘화
문득 물컹 깨어나는, 그 한 사람
폐허 안 쪽에 그 사람 두고
생을 자전거가 지나간다
붉은 담벼락에 내리쬐던 햇살이 키우던 담쟁이
흔적만 남아있어도 무성했던 여름
그늘에서 뿌리내리던 연애
출렁이던 바람 어느 켜에
도달하여 우리 슬픔 부려놓을까
그 한 사람에 눈부신 웃음
벚꽃 내리던 날 읽어버린 금서
뜨겁게 귓가에 불어넣던
날숨의 페이지에 접붙인 것
꿈이었을까 바람이었을까
길에 길들여지는 것도
벗어난 것도 사람 사는 일
몽유에 언덕에서 넘어진 자전거
바큇살에 튕겨져 나가는 햇살
튀어 오르는 일탈 한 점
화창하다 2019 12 11
한춘화, 낮달
빛나던 생애 아낌없이 주고도
혹시 모자라지 않나 들여다보는
반쯤 지워진 어머니
월광 소나타
한춘화
자목련의 그늘이 붉다
생리를 시작한 후
자목련을 구독했다
사랑을 하는 것은
볕살에 눈을 뜨는 꽃잎 같다
인연을 하나의 그림자로 겹칠 때
아이가 피었다
밤새 무성해지는 나뭇잎 같은 절기도
폭우 쏟아지는 생계도
달콤한 밀어 같은 꿈도
손금에 다 새기고
붉고 비린 것 모두 진 후
먼 곳에서부터 살아남은 완보동물같이
연대기를 이어갈 생에 연주
뒤돌아본다
육십 년을 왔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기웃거리는 일이기도 해서
목덜미에 서늘한 바람 서릴 때
땅에서 고스라 진 자목련
달빛이 환하다
겨울 강
한춘화
몹시 추운 날이면
물살이 물살을 만나
서로 껴안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부둥켜 안고
벽을 만들어
몸으로 버티는 중이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강물 속
물고기 얼지 않는
까닭이다
해도 붉은 얼굴로 지나갈뿐
숭고한 포옹을 함부로
열지 않는다
작가와문학 2019 봄여름호 발표
마음의 행간 동인
시산맥 회원
현)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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