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인 파리'의 노년기 버젼쯤 되는 달달한 로맨틱무비라고 생각했는데
주고받는 대사에 날이 서있다. 상대방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한마디에 관객이
보기에도 불안불안한 느낌.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신혼여행갔던 파리로 오게 된 닉과 맥부부.
결혼후에도 부모에게 징징대는 아들과 화장실을 개조해야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뒤로한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러나 소심하고 쪼잔한(?)남편이 예약한 신혼여행때 묵었던 호텔은
간판이 떨어져나가고 방은 비좁고 오래전 추억속의 그 호텔이 아니다.
다짜고짜 트렁크를 들고 나가버리는 아내와 황급히 뒤를 쫒아가는 남편,
무작정 택시를 타고 2시간동안 파리를 질주하며 기분을 내다가 아내가 내린곳은
특급호텔, 주머니가 가벼운 남편은 좌불안석이다.
빈방이 없어 다행(?)이다 싶은데 눈치없는 호텔직원이 다가와 스위트룸을 권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분에 넘치는 럭셔리한 호텔방에 묵게된 부부, 오랫만에 사랑을
나누고 싶은 남편과 달리 아내의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먹튀를 하고, 몽마르뜨 언덕을 숨차게 오르고,
밥딜런의 음악에 맞춰 길거리에서 춤을 춰보고...비록 한때 페미니스트 운동권이었던
아내 맥와 캠브리지대학 출신의 장래가 촉망했던 남편의 열정은 나이앞에서 번번이
무력하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다.
한때 닉의 추종자였던 친구 잭, 오랫만에 우연히 만난 그는 성공한 저술가가 되어
아내와 이혼후 젊은 아내와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겉과 달리 내면적으로는 뭔가
결핍된 느낌이다.
잭이 초대한 모임에서 남편닉은 '끝모르게 추락하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내 맥은 그러한 현재의 남편까지 사랑하는 자신을 확인한다.
두부부의 모습이 조금은 우리와 닮아있다.
나이들어도 로맨틱하고 싶은 아내, 아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보다 좀더
현실적인 남편, 신혼여행에서 묵었던 호텔이 세월과 함께 낡고 초라해진것 처럼,
마음과 달리 늙어가는 몸과 변해버린 모든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을 여전히 빛나게 하는 것은, 깊은 유대감을 가진
사랑뿐이 아닐까. 그리고...함께 한 추억들, 여행이 그 유대감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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