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김지훈 감독에 김상경, 설경구, 차인표, 안성기씨 등
왠지 모범적이고 착한 이미지의 배우들이 나오길래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보러갔다.
7광구는 고생스럽게 찍었겠지만 별재미가 없었고, 착한 배우들의 영화는
대개 뻔한 감동을 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식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스토리는 진부하기 짝이없다.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여의도 108층 주상복합빌딩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돈과 권력이 많거나, 직장이거나, 초대되었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모인 사람들중에는 착하거나 나쁜 사람들이 있다.
딸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싱글대디와 아직 고백을 받지 못한 그녀,
청혼을 앞둔 젊은 연인, 노년의 로맨스, 임신부와 청소부 아줌마,
크리스마스날 단한번도 쉬지 않은 전설의 소방관...
감동을 주기위한 캐릭터들과 달리 욕을 바가지로 먹을 캐릭터로는
저만 살겠다고 이기심을 드러내는 국회의원과 권력앞에서 아부를 하는
경관과 청소부아줌마를 강아지보다 못한 존재로 부리는 아줌마 등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내리는 이벤트를 강행하기 위한 회장님의 무리한
요구로 헬기가 건물과 충돌하고, 스프링쿨러가 고장나 작동하지 않은 건물이
화염에 쌓여 붕괴되기 시작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위해 건물을 폭파시켜야 하는 상황,
남은 시간은 불과 40여분, 그사이에 얼마나 구조할 수 있을까..
오래전에 본 재난영화 타워링, 소방관 형제이야기 분노의 역류, 그리고
최근의 한국영화 해운대의 스토리와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영화다.
63빌딩 옆에 우뚝 선 쌍둥이 주상복합빌딩부터 화염에 휩싸이고 폭발하고
넘어지고 파괴되는 장면들까지, 우리나라 영화의 기술이 참 많이 발전한것 같다.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게 리얼하고, 뻔한 내용인데도 심장이 쫄깃해진다.
오랫만의 설경구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신중하면서도 무게 있는 캐릭터를 열연하고
묵직한 와중에 보기만해도 웃기는 김인권, 할렐루야 장노님 이한위, 박철민 등
조연들의 활약이 재미를 더한다.
배우 김상경은 예나 지금이나 심심하고, 안성기님은 아마도 우정출연이 아닐까 싶게
그러그런 소방대장이다. 늘 착한 이미지의 차인표가 야망 가득찬 회장님으로 나오는
것이 새로운 변신이랄까.
108층 주상복합은 고사하고 아파트에서 불이나면 어떨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